월요일! 벌써 10주차네. 남은 날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 아쉽다. 가구 만들기는 재미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뒤척거리며 좀 놀다가 시간 되어 일어났다. 갈 준비 마치고 방을 나섰다. 아주 잔잔하게 비가 내리는 흐린 날. 기온은 춥지 않아 봄비가 벌써 내리는 것 같았다.
이번주 오전에는 강의실에서 수업이 있다. 추후 있을 가구 도면 설계 등의 평가를 위해 캐디안을 다루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수업 시간에 캐디안 배우고 난 뒤에 다시 만져볼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니 단축키도 다 까먹었다. 복습용으로 주신 과제를 하는데 더듬더듬 속도가 안난다. 배운 내용을 잘 떠올려서 내일 오전에도 열심히 해보자.
잠을 설쳤는지 오전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점심을 가볍게 먹고 오후 시작할 때도 좀 멍 떄렸다.
오후에는 지난주에 마무리 못 했던 의자 좌판을 8자 철물을 사용해서 다리와 고정했다.
8자 철물의 두께 만큼 의자 에이프런에 트리머로 파 준다. 판 구멍에 8자 철물 한 쪽을 끼우고 나사로 고정한다. 바닥에 좌판을 놓고 의자 다리를 뒤집어 좌판에 올려놓은 뒤 가운데를 맞춰주고 나사를 박아주면 고정 완료! 20분 안 걸렸던 것 같다. 마지막 마감으로 왁스칠 하고 버핑(양털로 문질러 주는 것)까지 하고 나니 좌판이 무척 매끄러워졌다.
그 다음은 새로운 짜맞춤 가구 과제를 안내받았다. 낮은 스툴이다. 이전에 했던 높은 스툴과 구조적으로는 일치하는데 높이가 조금 더 낮아지고 위의 판 형태가 직사각형이 된다. 그래서 에이프런의 길이도 2종류! 아래쪽 에이프런과 연결되는 가로대도 있다. 재단을 할 때는 장부의 길이, 조립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길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래쪽 가로대는 구한 길이에서 2mm를 더하는데, 그 이유는 아래 에이프런이 다리와 조립되는 위치를 고려하면 가로대와 만나는 쪽에 1mm씩 길이가 더 필요하기 떄문이다.
각자 재단 길이를 구해보고 준비가 된 대로 나와서 나무를 골라 마름질을 시작했다. 이번에 사용할 나무도 레드오크다. 마름질 할 때 날아갈 분량을 고려해 나무를 고르고 나면 직쏘로 필요 길이 + 여분10mm 로 대강 잘라준다. 자른 원목을 수압대패-자동대패-횡절기-종절기 순으로 마름질한다. 자동대패와 종절기에서 마름질 할 때 최종 치수보다 1mm 정도 여유를 둬서 마지막에 자동대패로 정리했다.
종절기를 쓰는데 나무가 두꺼워서인지 수분이 덜 날아가서 그런지 라이빙 나이프 즈음에서 나무가 턱턱 걸려서 재단이 잘 안되어 어려웠다. 선생님께서 나무를 뒤집어 신중히 재단하고 남은 나무의 면은 수압대패로 밀어 재단해주셨다. 여차저자 재단 완료. 종절기를 쓸 때 나무에서 손 떼지 말기. 라이빙 나이프에도 손이 밀려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자. 항상 안전에 유의하지!
다리 부재를 재단하고, 저번과 마찬가지로 45도 조기대를 놓고 다리 양 끝의 각을 쳤다. 2개 면이 각 5도씩, 피타고라스 정리로 계산하면 약 7도 각을 주어 잘라내면 된다. 조기대 놓고 날 각을 7도로 조절해서 자르는 면 끝에 분필로 칠하고 분필이 없어질 때까지 밀어준다. 다 밀면 조기대 옆에 자투리 나무를 클램프로 집어 나머지 나무도 일정하게 밀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아준다. 나머지도 밀어주면 완료. 양쪽을 모두 한다. 양쪽을 할 때, 다리는 평행사변형 느낌.
밀고나니 시간이 좀 남아 에이프런과 가로대 용 나무를 골라 가져와서 직쏘로 잘라주었다. 그러고 나니 시간이 다 되었다. 내일 오전은 캐디안 연습시간. 수요일은 이론평가도 있다. 이론 공부도 잊지 말자.
학원을 마치고 가구제작실을 나서는데 흐린 하늘에 새들이 집단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날이 풀리면서 집단 이동이라도 하는 거겠지만 신기하면서도 을씨년스러운 느낌.
기숙사에 돌아와서 저녁으로는 족발을 시켜먹었다. 매콤 고소하니 맛이 좋았다.
오늘 오전에 지난주에 취업 제안을 해 주신 것에 대해 거절 말씀을 드리고 왔다. 나무를 만지는 일을 해보자 싶어서 바오밥 학원에 와서 청년목수학교를 수료했고, 가구제작 반을 듣고 있는데 행정 일을 해 보는 것에 대해 제안을 주셔서 주말동안 치열하게 고민했다. 나무 만지는 일을 취미로 가지고 행정 커리어를 이제부터 만들어 나가는 것과 목수 일을 직업 삼는 것 두 길 모두 좋은 길 같아 더 고민되었다. 그래도 초심을 갖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걸 해보자 싶어서 감사한 제안을 거절했다.
말씀드리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말씀드리고 나서도 고민했다. 아마 한다고 했더라도 이게 맞나 계속 고민했지 않았을까?
목수 일을 도전했을 때 잘 안 풀려서 언젠가 이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길에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행정 커리어를 쌓는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좋지 못한 결과를 맞닥뜨린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길에 미련이 생길 테고 말이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거니까. 최대한 후회하지 않도록, 미련 남지 않도록, 선택했다면 그 길을 열심히 만들어나가자.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고 죽을 때까지 일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이번에 이런 선택을 했지만 인생 어떻게 될 지는 또 모르는 거니까. 내 역량을 다방면으로 쌓아가고자 노력하자. 내가 이전에 했던 일들에서 배운 것도 잊지 않으려 노력하자.
작지만 계속 나아가려 하는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이 곳에 좋은 일이 앞으로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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